집에서 볼만한 잔잔한 코미디 영화 아메리칸 셰프 후기(스포 포함)
■ 줄거리
유명 레스토랑의 잘 나가는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 칼은 전 부인(소피아 베르가라)과 아들(엠제이 안소니)에게 늘 실망만 주지만, 요리 하나만큼은 인정받는 실력가다.
그런 그에게 셰프 인생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이 생긴다. 바로 유명 음식 평론가(올리버 플랫)에게 혹평을 받은 것. 평론가가 방문하기로 한 당일, 칼은 새로운 메뉴를 계획했지만 레스토랑 오너(더스틴 호프만)는 평소에 나가던 주메뉴를 내보내게 한다. 결국 평소 칼을 존경하고 있던 평론가는 별 두 개를 주며 혹평을 하고 이 사실이 트위터까지 퍼지게 된다.
거기다 이제 막 트위터에 발을 들인 칼이 실수로 평론가에게 공개 댓글로 욕설을 하면서 평론가와 칼의 온라인 썰전이 시작된다. 그사이 오너의 고집에 레스토랑을 때려친 칼은, 재평가를 위해 다시 레스토랑에 방문한 평론가에게 비난을 퍼붓고, 이것을 찍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돈도 명예도 다 잃는 신세가 된다.
동영상이 퍼지는 바람에 취업도 되지 않아 백수생활을 시작한 칼. 결국 전 부인과 전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푸드트럭을 시작한다.
요리 영화답게 보다 보면 배고프다. 포스터에 '빈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밥까지 먹었지만, 보기 전에 뭘 먹었다 한들 배가 고팠을 것이다. 그만큼 음식들이 맛깔나게 담겼다.
특히 칼이 아들에게 만들어준 치즈 샌드위치나 스칼렛 요한슨에게 만들어준 파스타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푸드트럭 메인 쿠바 샌드위치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한 입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만에 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다른 요리 영화들과 다른 점은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화에 레스토랑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요리들, 몸통만 한 접시에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음식이 나오는 장면만 나온다면 멋있다, 맛있겠다, 정도였겠지만, <아메리칸 셰프>에는 한식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요리 장면에서 칼 옆에 있던 수셰프가 '코추좡?' 하길래, 자세히 보니 우리 집 냉장고에서도 매번 보던 익숙한 고추장 통이 도마 옆에 있었다. 한국 요리의 중심 고추장이 등장한 것부터 시작해서 한식 분위기가 나는 음식 장면도 나온다.
알고 보니 요리 자문을 미국에서 코기(고기) 트럭으로 유명해진 한인 요리사 로이 최가 맡았다고. 영화 맨 마지막에 로이 최가 존 파브로에게 토스트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쿠키 영상도 있다.
스토리 자체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스토리인데, 빵빵한 출연진들의 연기와 케미가 그런 밋밋함을 다 가려준다.
레스토랑 오너로 더스틴 호프만, 레스토랑 매니저로는 스칼렛 요한슨이, 존 파브로의 전 부인으로는 미드 모던 패밀리의 글로리아 여사 소피아 베르가라가 출연한다.
거기다 소피아 베르가라 전 남편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까지 등장하니, 집중하려 하지 않아도 어느새 집중모드ㅋㅋ
중간에 왜 인지 모르게 조금 긴 듯한 타코 트럭 청소 장면이나, 마지막에 레스토랑에서 춤추는 장면 빼고는 크게 지루함 없이 몰입해서 봤다.
검색하다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주인공 존 파브로가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 겸 감독이라는 사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이언 맨> 1, 2의 감독 또한 바로 존 파브로라는 사실!
<아메리칸 셰프>에서 등장인물로 처음 봤을 땐 아이언 맨 경호원이잖아? 했는데 감독일 줄이야. 거기다 그저 그런 감독도 아니고 <아이언 맨> 1, 2뿐만 아니라 디즈니 <라이온 킹>, <정글북> 등 굵직굵직한 영화들도 감독한 능력자일 줄이야.
존 파브로는 각본을 쓴 작품도 많고, 기획, 제작한 작품도 많고, 출연한 작품도 많은, 할리우드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베테랑이었다. 혼자 굉장히 뒷북치는 기분이지만 깜짝 놀랐다.
<아메리칸 셰프>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에서는 '엄청나게 웃기니까 배꼽 빠질 준비 하라'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빵 터진 적은 없지만 간간히 미소 지을 정도로 재미있다. 대사 주고받는 속도도 빠르고, 분위기도 유쾌하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활기차지는 기분이다.
재밌는 영화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울적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 그런 영화다. 배는 좀 고프겠지만.. 평점이 8점대로 높은 편이던데, 개인적인 평점은 7점 주고 싶다.
아무튼 영화는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여느 코미디 영화들처럼 밝고 가볍다. 다만 코미디 영화치곤 잔잔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담 없이, 소소하게, 머리 비우고 싶을 때 집에서 볼만한 영화로 딱이다. 기분 좋아지는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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